영화 '어톤먼트' 제목 그대로 '속죄'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영화
영화는 4부작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실제로 소설의 원작은 매우 디테일 하게 쓰였으며 영화속 '브라이오니' 가 실제로 집필했다. 원작을 바탕으로 '오만과 편견'의 '조 라이트'가 감독이며 '제임스 맥커보이' '키이라 나이틀리'가 주인공으로 나온다. 둘다 좋아하는 영국배우라 비주얼만으로도 시간 보내기 좋은 영화지만 조금만 자세히 들여다 본다면 1시간은 충분히 생각을 곱씹게 되는 영화다.
어톤먼트 = 속죄 이 직설적인 제목의 영화는 작은 소녀의 눈에서 부터 시작된다.
영국의 부유한 귀족 집안의 딸 세실리아 그리고 그녀의 동생 브라이오니가 사는 저택이 있다. 그 저택의 하녀의 아들인 '로비' 와 '세실리아'는 어릴 적부터 함께 동고동락하며 지내왔다. 그렇게 성인이 된 둘은 함께 케임브리지에 진학하게 된다. 그러나 성인이 돼서 상류층인 세실리아와 그렇지 않은 로비는 알게 모르게 타인의 시선과 사회적 시선에 의해 머쓱한 사이가 된다. 하지만 그들은 서로 사랑하는 마음을 지니고 있었다. 그렇게 어느 여름 시골 저택에서 로비와 세실리아는 도자기를 가지고 사소한 다툼을 하게 된다.
깨진 도자기 파편을 주우러 분수에 들어가는 세실리아. 그 장면을 본 동생 '브라이오니'는 언니가 속살이 비추도록 옷이 홀딱 젖어있는 모습을 보고 살짝 당황하며 '로비'와 '세실리아'를 심상찮게 여긴다. 그날 로비는 세실리아에게 사과의 편지를 쓴다. 하나는 음담패설이 담긴 장난의 편지, 그리고 다른 하나는 진심이 담긴 편지였다. 하지만 로비는 실수로 그만 음담패설이 담긴 장난스러운 편지를 브라이오니에게 전달해 달라며 주고 만다. 그런 음담패설의 편지를 받았지만 로비의 진심을 알던 세실리아. 그날 밤 로비와 세실리아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고 서재에서 사랑을 나누다 동생 브라이오니에게 들키고 만다. 설상가상 저택의 어린 형제가 사라지면서 온 집안사람이 저택 안을 뒤지기 시작하는데 어린 '롤라'가 누군가에게 성폭행 당하는 장면을 브라이오니가 목격하게 된다. 어째서 인지 브라이오니는 그 성폭행 범인으로 '로비'를 지목하고 은연중에 로비를 자신들과 다른, 아래로 깔보던 '저택의 사람들'은 합심하여 '로비'를 범인으로 몰아세웠고 그렇게 로비는 잡혀간다.
잡혀간 로비는 감옥생활 도중 징집되어 군 생활을 하게 되고 그렇게 세실리아와 로비는 서로의 마음을 확인한지 얼마 되지 못해 생이별을 하게 된다. 유망한 의대생이었던 로비는 강간범이라는 오명을 쓰고 군대에 징집되어 지옥 같은 시간을 보내게 된다. 세실리아는 간호사로 지원하여 로비를 기다리고 브라이오니 또한 간호사로 지원하여 자신의 경망스러운 행동을 속죄하는 듯 간호 생활을 한다. 4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고 세실리아와 로비는 다시 만나게 된다. 그렇게다시 재회한 언니와 로비를 브라이오니는 찾아가 속죄를 한다. 그리고 모든 진실을 밝히겠다고 한다.
하지만 후반부의 이야기는 허구이다. 브라이오니가 집필한 소설 '1999년 런던'에 들어간 내용이다. 사실 로비와 세실리아는 재회하지 못했다. 그 둘은 각자 군 생활과 간호업무를 보다가 몇 개월 차이로 사망했다. 로비는 덩케르크에서에서 패혈증으로 사망하고 3개월 후 세실리아는 폭격에 의해 사망한다. 그렇게 그 둘은 사실 다시는 살아서 보지 못한 것이다.
브라이오니는 그 둘에 대한 죄책감과 속죄의 의미로 소설 '1999년 런던'을 집필하고 그 소설 속에선 로비와 세실리아가 다시 만나 다시 사랑을 하고 바닷가에서 즐겁게 시간을 보내는 장면을 보여주며 영화가 마무리된다.
영화의 배경과 해석
1930~40년대의 영국을 배경으로 하는 영화이다 보니 세계 2차 대전이 배경으로 깔린다. 실제 원작 소설에서는 2부가 통째로 로비가 겪는 지옥의 전쟁을 정말 디테일하게 묘사한다고 한다. 평화롭던 세실리아의 저택도 마찬가지로 전쟁 전에는 아름답고 풍요롭고 여유로운 곳이었지만 전쟁이 시작되고 난 후 그 저택은 난민촌으로 변하게 된다. 그 시대 전쟁은 마치 피할 수 없는 장대비처럼 모두를 슬픔에 적시었을 것이다. 영화에서는 저택에서의 모습이 작은 사회, 그리고 세실리아 로비, 브라이오니와 롤라 등이 얽힌 일련의 이 사건들이 모두 작은 사건이었겠지만 시대의 흐름에 따라 이 작은 사건들은 결국 비참한 비극으로 끝맺음 된다. 그리고 그 작은 사회 안에서도 성적인 폭력, 브라이오니의 언어적 폭력, 거짓 무고 그리고 계층 간의 보이지 않는 사회적 폭력이 어떻게 작용되고 어떻게 한 인간을 망치는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런데 전쟁이 시작되면서 더 큰 아픔과 슬픔과 비극들이 쌓이게 되는데 그 안에서는 도대체 얼마나 더 많이 사건과 폭력들이 난무했을까. 이런 비극의 이야기가 한 둘이 아닐테니 말이다.
개인적 견해
영화 마지막 즈음 브라이오니는 '나는 회피하지 않고 용기 내어 그들에게 선물을 주었다' 이런 식으로 이야기를 한다. 참으로 개탄스러운 상황이다. 물론 자신이 용기를 낸다는 것, 시간이 지나서라도 진실을 이야기하는 것, 그동안 스스로 겪었을 마음의 짐도 이해를 해볼 수 있겠다. 하지만 용서를 해줄 사람들은 이미 자신의 사소한 언행으로 죽음을 맞이했고 둘의 운명을 갈라 놓는 것으로 모자라 생지옥에서 죽음까지 연이어서 선사했다. 브라이오니는 속죄를 할 수가 없다. 혼자서 하는 속죄는 아무런 의미가 없지 않을까. 우리가 어떤 잘못을 하고 뉘우치고 시간이 지난 후에 잘못을 이야기하고 고백한다고 해서 죄가 사라지지도 대가를 치른다고 이야기할 수 없을 것이다. 다만 개인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뿐일 것이다. 로비는 얼마나 억울했을까 세실리아는 얼마나 애가 탔을까. 우리는 살면서 이런 상황을 축소판으로라도 한 번쯤 겪게 된다. 나의 사소한 거짓말 아닌 거짓말이 다른 사람을 얼마나 난처하게 만들고 그와 연관된 사람들에게 작은 사건으로 일어난 일이 굴러가 얼마나 큰 비극이 될 수 있는지도 잘 생각해 보아야 할 것 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