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 만에 돌아온 박찬욱의 '헤어질 결심'
이 영화를 보신 분들은 '재미는 있는 것도 같고 박찬욱 감독의 영화라서 그런지 좀 어려운 부분도 있고..' 이런 생각이 드실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박찬욱 감독의 영화를 좋아한다.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박찬욱 감독만의 특이한 관점과 생각이 정말 흥미롭게 느껴진다. '올드보이' , '아가씨' , '친절한 금자 씨' , '박쥐' , '설국열차' , '공동경비구역 JSA' 정말 한국 영화계의 역사를 새로 쓴 감독이라 해도 모자라게 느껴진다.
특히 박찬욱 감독만의 톤앤매너가 존재한다. 어딘가 미스테리하고 영화를 보는 내내 어딘가 불쾌한 감정마저 든다. 하지만 그 감정이 곧 호기심으로 연결이 돼서 영화의 몰입도가 굉장히 높다. 맛있는 음식을 언급하면 다시 침이 고이듯 박찬욱 감독의 영화는 다시 언급하면 갈증이 난다. 그의 영화는 '맛있다'는 표현이 잘 어울린다.
장르 : 멜로, 로맨스, 드라마, 스릴러, 서스펜스, 미스터리
감독 : 박찬욱
주연 : 박해일 , 탕웨이
개봉 : 2022
영화 헤어질 결심의 캐스팅은 더할 나위 없다. 박해일과 탕웨이.. 박해일 특유의 젊잖으면서도 완벽하며 어딘가 흠집이 있는 연기는 누구도 대체할 수 없다는 생각이 든다. 감초연기에 오달수 , 유해진 배우가 떠오른다면 미스터리 드라마 장르에서 풍기는 박해일 배우만의 분위기는 독보적이다. 그리고 탕웨이, 얼마전 영화 '색, 계'를 소개했다. '색, 계'가 어린 탕웨이를 봄에 만개시킨 작품이라면 '헤어질 결심'은 초가을 화사함은 지났지만 채도가 짙은, 조금은 얇아진 듯한 탕웨이를 보여준다.
'헤어질 결심' 줄거리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난 후 궁금증이 많이 쌓여있는 분들이 많을거라 예상된다. 그러므로 줄거리는 간략하게 정리해보고자 한다.
영화는 크게 전반부와 후반부 즉 부산에서의 이야기와 이포에서의 이야기로 나뉜다.
전반부 - 부산
영화 속 장해준은 능력이 검증된 최연소 경감이다. 그는 완벽주의 성향을 지닌 베테랑 형사다. 그는 아내와도 나름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고 남들이 보기에 흠집이 없어 보이는 삶을 지니고 있다. 그러던 어느 날 등산객의 사망 사건이 발생한다. 해준은 동료 후배 오수완(고경표)과 함께 현장으로 간다. 해준은 직접 로프를 타고 사망자와 같은 암벽을 탈만큼 사건에 진심인 형사다. 산 정상에서 해준은 사망자의 지갑을 통해 사망자의 인적사항을 확인한다. 그는 기도수라는 이름의 중년 남성. 그의 유류품에는 기도수 이름의 이니셜이 새겨져 있는 것을 보고 사망자가 평소 소유욕이 강한 사람이라는 것을 짐작한다.
사건음 담당하게 되면서 기도수의 아내 송서래(탕웨이)를 만나게 된다. 한국말이 다소 서툰 그녀는 간병인 생활을 하며 지내는 기도수 보다 다소 젊은 중국인 아내이다. 그녀는 남편의 시신을 보며 "산에 가서 안 오면 걱정했어요. 마침내 죽을까봐" 라며 모호한 단어선택으로 해준을 헷갈리게 한다.
이후 해준과 서래는 사건을 수사하는 과정에서 의심과 애매모호함 , 호감과 미스터리함을 동시에 느끼면서 둘의 감정은 가까워졌다. 해준은 서래가 남편이 죽은 날에도 간병을 왔다 갔다는 할머니의 증언과 출근 확인 전화, 출퇴근 CCTV를 확인하면서 서래의 알리바이를 확인한다.
하지만 해준은 잠복하며 서래를 관찰하고 그녀가 사소한 모습을 모두 눈여겨본다. 그리고 해준의 마음은 서래에게 한층 더 다가간다.
서래도 해준의 여러 면모에 호감을 가진 건 마찬가지였다. 그는 젠틀하면서도 거침없었고 부드럽고도 냉소적이었다. 서래는 해준이 자신을 의심하고 감시하는 것을 눈치챘지만 왜인지 그가 자신을 지켜주는 것만 같은 감정을 느낀다.
해준의 후배인 수완은 서래가 중국에서 엄마를 살해한 혐의로 수배된 수배자라는 사실을 해준에게 알린다. 하지만 해준은 서래에 대한 수사를 마무리 짓고 수완은 평소와 다른 해준의 모습에 불만을 갖는다.
서래가 용의 선상에서 멀어지자 해준은 서래에게 더욱 가까워진다. 둘은 해준의 집에서 함께 볶음밥을 해 먹고 해준의 사건 사진을 함께 살펴보기도 한다. 해준은 서래에 대한 호감을 이전보다 덜 억누르게 된다. 둘의 감정은 더욱 깊어지고 해준과 서래는 서로에 대해 더 자세히 알아가게 된다. 서래는 시하부인 엄마가 죽기를 원해 어쩔 수 없이 엄마를 약물로 죽였고 만주 독립군이었던 외조부가 찾고 있다는 '호미산'을 찾기 위해 한국에 왔다고 한다.
어느 날 해준은 서래의 간병일을 대신하게 된다. 사건 당일에 돌보는 할머니의 집에 가 대화를 하던 해준은 할머니가 좋아하던 노래 '안개'를 핸드폰 음성인식이 알아듣지 못하는 것을 알고 할머니의 폰을 집어든다. 할머니 대신 노래를 틀어주기 위해 휴대폰을 받아 보던 중, 월요일 할머니가 서래와 같은 기종의 핸드폰을 사용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할머니의 핸드폰에서 기도수의 사망일에 계단을 138층 오른 기록을 발견한다. 해준은 할머니에게 자초지종을 묻지만 할머니는 10년 동안 집에서 나간 적이 없다고 한다. 해준은 치매기가 있는 할머니가 '월요일은 서래가 오는 날'인식이 곧 '서래가 오면 월요일' 임을 알게 된다. 해준은 다시 서래를 용의자로 가정하고 정리를 해나가기 시작한다.
서래는 월요일이 아닌 일요일 CCTV가 없는 뒷문으로 방문하여 할머니에게 월요일에 방문한 것처럼 인식하게 했다. 그리고 월요일에는 CCTV에 모습만 비치고 할머니의 폰과 자신의 폰을 바꾼 뒤 출근확인 전화를 받았다. 그래서 월요일 할머니는 월요일이 빨리 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면 서래가 더 빨리 오는 것 같다고 말했던 것. 그래서 기도수의 손톱 밑에서 서래의 DNA가 발견되었던 것. 그래서 서래의 손이 거칠고 상처가 있었던 것. 그리고 기도수에게 온 협박 편지와 유서도 모두 서래가 조작한 것. 수완이 술에 취해 서래의 집에서 난동을 피운 게 아니라 현장을 서래가 그렇게 위조한 것. 이것들이 사실이었다.
해준은 다시 한번 산에 오르고 계단 오르기 층수가 138층이 찍히자 해준은 절망한다. 수사는 자신이 종결시켰고 폰의 녹음 자료들과 수사 자료는 이미 서래가 없앤 뒤였다. 해준은 서래의 행동이 범죄를 은닉하기 위함인지, 자신에 대한 애정이었는지 알 수 없었고 자신 스스로 경찰에 대한 큰 자부심을 느끼던 해준은 서래에게 자신이 '붕괴' 되었다고 말하고 유일한 증거물인 폰을 바다에 던지라는 말을 남기고 서래를 떠난다. 서래는 붕괴라는 단어의 뜻을 검색하고 해준이 무너지고 깨어졌다는 것을 알고 눈물을 흘린다.
후반부 - 이포
13개월의 시간이 지난 후, 우울증과 불면증이 더욱 심해진 해준은 아내 정안의 직장이 있는 이포군으로 근무지를 옮긴다. 해준의 경찰서에서 서래는 해준을 다시 목격한다. 서래는 경찰서의 화재경보기를 눌러 해준을 관찰한다. 그녀는 해준이 구두를 신고 있는 것을 보고 기뻐한다.
얼마 뒤 해준은 아내 정안과 시장에서 장을 보다가 서래와 서래의 새 남편을 만난다. 서래는 임호신이라는 40대 후반의 재력가와 재혼한 상태였다. 그리고 다음 날 호신은 칼로 수십 차례 찔린 시체로 발견된다. 해준은 서래의 남편이 또 사망하자 그녀에게 분노한다. 그리고 증거를 찾으려 애쓴다.
서래의 말로는 그녀가 집에 돌아와 보니 남편은 이미 수영장에서 죽은 시체로 둥둥 떠 있었고, 풀장에는 피가 갇그했다. 그것을 본 서래는 지난번 남편처럼 기계적이고 냉정한 태도로 현장을 처리했는데 피 공보증이 있는 해준을 위해 범행 현장의 핏물을 빼고 핏자국을 모두 지웠다고 이야기한다. 서래는 청록색 원피스를 태운 조각과 여러 정화상 해준에게 살인 용의자로 체포당하고 만다. 서래는 해준의 달라진 태도에 서운함을 느꼈고 해준은 그런 서래에게 왜 그런 남자와 결혼을 했냐는 말에 '다른 남자와 헤어질 결심을 하기 위해서'라고 대답한다.
해준의 예상은 틀렸다. 서래의 새 남편을 죽인 인물은 사철성이라는 사람이었다. 그는 호신에게 투자금을 뜯기고 어머니의 병세가 악화되자 분노해 호신을 죽인 것이었다. 해준과 서래는 통화를 하고 눈이 오는 '호미산'에서 만난다. 해준은 서래를 계속 압박하지만 서래는 "저를 다시 만났을 때, 다시 꿈을 꾸는 것 같았죠?"라고 반문한다. 이때 해준은 서래의 자세와 태도가 꼿꼿해서 좋았다고 말한다. 절벽 끝에선 해준. 영화는 마치 서래가 해준을 기도수처럼 밀어버릴 것만 같았지만 오히려 서래는 해준을 껴안고 자신의 유일한 살인 증거인 핸드폰을 해준에게 주며 '붕괴' 이전으로 돌아가달라고 말한다.
이후 해준은 후배 형사 연수가 서래가 청록색 원피스를 입고 바다에 버린 휴대폰을 찾아 복구하는 데 성공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는다. 서래가 해준과 이별하던 당시의 사랑한다고 하는 내용이 담긴 대화를 녹음해 두고 듣고 있다는 것을 알게 된 임호신이 서래가 해준에게 깊은 사랑의 마음을 품고 있다는 것을 누치 채고 이를 해준의 아내에게 알리겠다며 서래를 협박하며 사기에 협조하라고 한 사실을 알게 된다. 해준은 안 그래도 붕괴된 자신이 경찰로써의 명예를 또 잃고 다시 한번 붕괴될 것이 두려워 서래가 임호신을 죽이기 위해 사철성의 어머니를 죽여 사철성의 분노를 임호신의 살인 무기로 쓴 사실을 깨닫게 된다.
해준은 서래에게 전화를 걸어 왜 그랬냐고 다그친다. 내가 언제 사랑한다고 말했냐고 물어보지만, 서래는 허탈한 웃음과 눈물을 지으며 "당신이 사랑을 말한 순간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난 순간 내 사랑이 시작됐죠"라고 중국어로 말한다. 해준은 한국말로 해주길 부탁하지만 서래는 "바다에서 건진 폰은 다시 더 깊은 바다에 버려요"라는 말만 남기고 전화를 끊는다.
서래는 홀로 바닷가로 향하고 스스로 양동이로 모래를 파 들어간다. 해준은 서래의 GPS를 추적하지만 해준은 발밑에 있는 서래를 결국 찾지 못하고 영화는 끝이 난다.
'헤어질 결심' 결말과 해석 중요 포인트
1. 이 영화에서 포스터와 마찬가지로 '산' , '바다' 두 가지로 정리된다. 탕웨이는 산을 , 해준은 바다를 나타낸다.
영화 속 산과 바다에 대한 이야기는 수도 없이 나오는데 초반 부에서 '산과 바다 중 바다를 더 좋아한다'라고 두 사람은 말하기도 했다. 영화의 중요한 지점에는 모두 두 가지의 메타포가 존재한다.
서래 = 산
서래는 외조부의 말에 따라 자신의 산을 찾으러 한국에 온다.
해준은 서래의 꼿꼿함이 좋다고 말했다.
해준 = 바다
해준의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다.
해준은 영화 내내 물결처럼 일렁인다. 갈등을 반복하고.
서래가 바다가 더 좋다고 말하자 해준은 자신도 그렇다고 한다. 서래는 해준 대한 마음을 나타내고 '저도요'라고 말하는 해준은 자기 스스로를 사랑하는 사람임을 나타냈다고 볼 수 있다. 결말의 복선을 초기에 두었다.
2. '호미산'
서래의 부름을 받고 호미산으로 그녀를 만난 해준은 부산에서 한번 붕괴된 후로 사랑보다는 일(자부심, 자신)을 택한다. 하지만 그의 마음과는 다르게 그녀를 의심하면서도 절벽 끝에 서서 자신의 목숨까지도 맡기는 장면이 나온다. 서래는 해준을 마칠 밀 것만 같았지만 그녀의 사랑은 시작되었기에 그녀의 사랑이 진심됨을 알리며 해준을 껴안고 해준도 서래를 불신하지만 목숨을 감내할 만큼 감정이 남아있음을 알 수 있다.
3. '눈'과 '안개'
'눈'이 오는 호미산, 그리고 산에서 내려왔을 때는 그친 '눈'
이 영화에서 안개와 눈도 메타포로 사용이 되는데 ,
'안개'는 진실을 가리는 역할을 한다. 이포에는 특히나 안개가 많이 낀다. 그렇게 해준은 진실을 보지 못한다.
'눈'은 진실을 말한다. '호미산'에서 둘의 진심을 확인할 때 눈이 내린다. 동음어로도 해준은 진실을 보기 위한 노력을 할 때마다 눈에 안약을 집어넣는 노력을 한다.
4. 자살을 택한 서래
서래는 이포에서 해준의 마음이 자신을 향하기보단 자신의 일과해준 자신에게 향해있음을 확신했다. 서래는 임호신과 결혼을 할 때처럼 '헤어질 결심'을 다시 한번 하게 된다. 하지만 이는 둘의 사랑을 영원히 지속시키는 서래만의 방식이었다. 서래는 해준이 미결 사건을 잊지 못하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그래서 서래는 해준의 영원한 미결사건이 되고자 했다.
"당신이 사랑한다고 말할 때 당신의 사랑이 끝났고, 당신의 사랑이 끝났을 때 내 사랑이 시작 됐다."사랑의 시작과 끝을 강조하는 서래인 만큼 서래는 사랑의 시차를 이용해 누군가 사랑을 부여잡고 있다면 그 사랑은 끝나지 않을 거라 생각하며 헤어질 수 없기 위해 헤어질 결심, 자살을 택한다.